아무것도 모른다
20230522_고민 본문
요즘 그림이 안 그려진다
못그리는게 아니다. 안 그려진다.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다.
그냥 내 손으로 그어진 선들이 형태를 만들어내질 못한다. 다 해체되서 톡 건드리면 무너질 성냥개비 탑 같다.
내 그림이 싫은 수준을 넘어서 이젠 꼴보기가 싫고 징그럽게도 느껴진다. 쓰면서도 상처받지만 정말로 그렇다.
머리속에서 어떻게 그릴지 생각이 안 나니 당연히 손으로도 나오질 못한다.
크로키도 근육공부도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꾸준히 해야 는다는 당연한 말도 요즘은 회의감이 든다.
목표나 좋아하는 것이 명확한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은 목적성이 있다.
좋아하는게 있는 사람들은 그것만 한다. 그래서 그림체란게 있고 개성이란게 있다.
나는 모르겠다. 취향이랄게 없는 것 같다. 아티스트로써의 재능이 없다.
없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림실력 말고도 이렇게까지 사람으로써도 재능이 없는 줄은 몰랐다.
못그리는 슬럼프는 지나가면 뭐 하나라도 나아지는게 있다.
그런데 안그려지는 슬럼프는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가장 잘하고 갈고닦아온 기술은 그림인데 이것마저 못하면 내 존재감에 타격을 입는다.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그림이 잘그려지면 기분좋고 안그려지는 날은 우울하다.
왜 안그려지는걸까?
내 그림은 뭐지? 난 요즘 뭘하고 있는건가?
난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은건가 아니면 만화를 그리고 싶은건가?
어떤게 장점인 그림을 그리고 싶은거냐고?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고 잘그리고 싶으면서 노력은 하기 싫어하면 진짜 글러먹은 인간 아닐까?
결국 그만큼 그림에 진심이지 못하다는 소리 아닌가?
나같은 사람이 그림으로 먹고살겠다는 말을 해도 되는걸까?